소설 제1차 세계대전 - 서장

2013. 1. 21. 01:05 | Posted by Silver Eun

 - 1933, 뉘른베르크.

 

도이칠란트, 에어바헤! (독일이여, 깨어라!)”

남자가 대중들을 모아놓고 연설을 하고 있었다. 한때 하켄크로이츠를 조롱하고, 그것을 비난했던 자가 이제는 가장 열렬한 지지자가 되어 대중들을 상대로 연설을 하고 있었다. 체구는 작고 다리를 절고 있었건만, 누구 하나 이에 대해 지적하는 자는 없었다. 모두가 숨죽인 채로 뉘른베르크 중앙 광장에서의 그의 연설을 듣고 있었다. 군중은 물론이고, 심지어 그의 옆에 앉아 있는 콧수염을 기른 남자와, 옆에 살이 남자와, 반대편에 안경을 마른 남자도, 마치 뭔가에 홀린 듯이.

국가 사회주의 혁명은 독일의 전형적인 작품입니다. 규모와 역사에서의 중요함은, 오직 역사 속의 위대한 사건들만이 어깨를 나란히 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유럽의 역사와 비교해 보았을 , 혁명을 단순히 다른 혁명과 비교하는 것은 오해의 여지가 있습니다. 사실입니다. 때로는 자극을, 때로는 에너지를, 심지어 때로는 방법까지 똑같습니다. 하지만 혁명의 기초와, 혁명의 원인이 다르기 때문에, 결과 역시 다릅니다. 전쟁과 11 반란 없이는, 일은 일어날 없었을 것입니다. 최소한 일이 없었다면, 혁명을 일으킬 힘도 없었을 것이고, 설령 힘이 있었다고 해도 속도는 대단히 느렸을 것입니다.”

옆에서 콧수염을 기른 남자는 말없이 연설을 듣고 있었다. 역시 스스로 연설에 뛰어나다고 자부하고 있었지만, 남자의 연설은, 목소리는, 실로 사람을 그야말로 홀려버리는 마력이 있었다. 가만히 앉아 있어서 연설을 듣고 있으면 어쩐지 그의 말이 맞는 같고, 또한 어쩐지 그에게 동조하고 싶어진다. 사람이 그의 추종자라는 것이 참으로 다행이었다.

생각해 보면 얼마나 어려운 시간이었던가. 15 , 독가스의 공격을 받아 병원에 입원한 채로 한참을 누워 있다가 패전 소식을 듣고 며칠을 울었던가. 10 전에는 시위를 일으켰다가 실패해서 수감되었고, 자신의 평전을 처음으로 써서 출판했다. 그러다가 점차 지지를 받아 이제는 독일의 명실공한 1인자가 되어 있었다. 물론 모두가 그의 능력은 아니었다. 당시 사람들이 그를 너무 얕잡아본 것이 문제였을 . 그러나 그는 그것을 모두 그의 능력이라 생각했다. 독일에서 그를 막을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제 독일은 그의 것이다. 아무도 그의 말을 거역할 없다. 그렇다면, 세계로 뻗어나가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 연설을 들으면서 그는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그의 이름은 아돌프 히틀러. 연설자의 이름은 파울 요제프 괴벨스였다.

 

 

 

- 1936, 뉴욕.

 

체육관에서 연설이 진행되고 있었다. 안경을 중년 신사가 지팡이를 짚고 연단에 올라가서 연설을 하고 있었다. 만인지상, 경제를 개선한 대통령, 노동자의 친구라는 슬로건과 함께 번째 임기를 위해 출마한 대통령. 취임 그가 연설 했던 우리가 두려워해야 것은 두려움 자체입니다라는 말은 이제 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말이 되어 있었다.

우리 국민들은 듣지 못하고, 보지 못하고, 일을 못하는 정부에 12년간 시달려 왔습니다. 국민들은 정부를 바라보았지만, 정부는 국민을 외면하였습니다. 물신숭배에 눈이 멀었던 9년과 뒤이어 찾아온 고난의 기나긴 3! 증권시세에 미쳐 지내던 9년과 뒤이어 찾아온 식량배급을 기다리는 줄에서의 기나긴 3! 신기루를 쫓아다니던 9년과 뒤이어 찾아온 절망의 기나긴 3! 오늘날 강력한 세력가들은 작은 정부가 최선의 정부라는 자신의 교리 하에 과거의 정부를 회복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지난 4년간 여러분은 손가락만 빨고 있는 정부가 아닌 소매를 걷어붙이고 뛰어드는 정부와 함께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계속해서 소매를 걷어붙이고 있을 작정입니다.”

안경을 사람은, 비록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었지만, 한때 하반신 불수까지 갔던 사람이었다.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사람은 휠체어를 타고 다녔다. 다만, 모습이 노출되는 것은 극도로 경계하고 있었다. 그의 자존심에 맞지 않았고, 대통령답지 않았다. 불과 16 전에도 병상에 쓰러진 대통령이 있었고, 역시 많은 욕을 먹었던 사실을 그는 잊지 않고 있었다. 오죽했으면 13 전에 기차 안에서 사망한 대통령은 의사가 절대 무리해서는 된다고 했는데도 측근들이 강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권해서 연설하러 떠나다 그렇게 세상을 떠나지 않았던가. 그것을 모를 그가 아니었다. 그것을 몰라서는 되었고, 그렇기에 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더더욱 되었다. 어차피 하반신 불수도 이겨내고 비록 조금이지만 걸을 있는 그다.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

아니,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우리는 오랫동안 평화를 위협하는 , 산업과 금융 분야의 독점, 투기, 분별없는 은행의 관행, 계급간의 대립, 파벌주의, 전쟁으로 부당이득을 취하는 자들과 투쟁해야 했습니다. 그들은 미국 정부를 자기 사업을 돕는 조력자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조직적으로 조성된 자금 위에 세워진 정부는 조직범죄집단이 만든 정부만큼 위험한 법입니다. 미국 역사상 그들이 지금처럼 후보에 대항해 이처럼 힘을 모은 적은 없었습니다. 그들 모두는 저를 증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도 그들의 증오를 환영하고 있습니다. 저의 번째 임기를 말하자면, 권력을 탐하는 이기적인 세력들이 적수를 만나게 시기라고 하겠습니다!”

말이 떨어지자 청중들 사이에서는 탄성이 울려 퍼졌다. 연설하는 남자는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상상도 못할 부정부패. 이제 역사상 가장 최악의 대통령으로 꼽히는 남자를 상대로, 그는 16 선거에서 패배한 전력이 있었다. 비록 러닝메이트인 부통령 후보로 나왔기에 힘이 약했다고는 하지만, 분한 일이었다. 어쨌든 대통령 선거에서 낙선했던 기억이 있던 사람이었다. 그는 이미 죽었지만, 마치 그에게 복수를 하듯, 그리고 때의 악몽을 떨쳐내기라도 하듯, 그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하긴, 저번 선거에서도 상대는 알아서 자멸해 주었고, 자신은 4년간 너무나 왔다. 자신감을 가져도 같다.

청중들도 숨을 죽인 다시 조용히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저의 번째 임기는, 자들이 임자를 만난 시기가 된다고 말할 있을 겁니다!”

청중들 사이에서 환호가 울려퍼졌다. 연설자도, 그를 수행하는 수행원도, 자리에 있던 부통령도, 모두가 함박웃음을 머금고 손을 들어 환호에 화답하고 있었다. 훗날 연설은 이름 붙이기 좋아하는 역사가들에 의해서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의 연설이라는 이름이 붙게 된다.

 

남자의 이름은 바로 프랭클린 델라노 루스벨트였다.

 

 

 

 

- 1938, 런던.

 

히틀러는 자기가 원하던 것을 모두 가졌습니다!”

콧수염을 기른 멋진 남자가 군중 앞에서 연설을 하고 있었다. 생긴 얼굴에, 개인적으로도 수완이 뛰어난 사업가였으며, 재무장관 시절 대대적인 개혁을 펼쳐 나라의 경제를 구원하고 업적으로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에 오른 남자. 언제나 회담 때는 차가운 표정을 짓고 회담을 했으며, 그의 표정만큼이나 냉철한 외교전으로 문제를 풀어가자는 생각을 지녔던 그런 사람이었다. 얼마 전에 뮌헨에서 돌아온 수상은 군중에게 연설을 하고 있었다. 마치 자신이 전도사라도 것처럼.

여기 종이가 하나 있습니다. 독일의 지도자 아돌프 히틀러의 이름과,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지난밤 우리와 독일은 서로 전쟁을 하지 않기를 바라는 양국의 시민들의 염원을 받아들였습니다. 독일이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철수하는 조건으로, 수데텐 지방을 양보하기로 했습니다. 체코슬로바키아가 수데텐 지방을 독일에게 내준 분명히 안타까운 일입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전쟁을 막을 있다면, 내주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독일은 전쟁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전쟁을 막았습니다. 히틀러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가졌습니다. 우리 시대에, 전쟁이란 다시 없을 것입니다!”

환호하는 군중들 속에서 조용히 한숨짓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검은 중절모를 쓰고, 체구는 거대했으며, 입에는 시가를 물고 있었다. 얼마나 독한 시가인지, 연기마저도 짙어 보였다. 23 , 전쟁에서 최악의 실패를 거둬서 정계에서 물러난 남자는 요즘 철새라는 비아냥까지 듣고 있었다. 그가 가질 자리는 내각 안에서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렇게 한적한 시간을 보내다가 오늘 그가 돌아온다고 하는 소식을 듣고 군중의 일원으로서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끝까지 연설을 듣고, 마침내 연설이 끝나자 한숨을 지으면서 이렇게 중얼거렸다.

우리는 지금 최대의 패배를 당하고 있으면서도 아직까지 깨우치지 못하고 있다이것은 다른 시작일 뿐이다.”

 

연설하는 남자의 이름은 네빌 체임벌린, 중절모를 남자의 이름은 윈스턴 처칠이었다.